여백,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다.

Ufan Lee, Seo-Bo Park, Tschang-Yeul Kim, Chang-Sup Chung, Hyong-Keun Yun, Kang-So Lee

Mar 27 - Apr 17, 2012

박여숙화랑 청담은 20년 전 1992년 영국 리버풀 Tate Gallery에서 열린 ‘WORKING WITH NATURE’ 전시로 세계적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김창열, 박서보, 윤형근, 이강소, 이우환, 정창섭 화백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다시 모시게 되어 3월 27일(화)부터 4월 17일(화)까지 특별 기념전((여백,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다.)) 전시회를 개최한다.

 

1992년 당시 ‘WORKING WITH NATURE’ 전시는 여섯 명의 엄선된 한국작가들에 대한 선별과정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살아있는 한국 미술계의 역사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었기에 큰 의미가 있었다. 치열하고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만 했던 우리의 예술의 혼이 한국 고유의 미와 세련됨으로 전 세계인들은 놀라게 했다는 것이 이 전시의 큰 성공 요인이었다. 인위적인 것과 자연스러움이 동시에 공존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미술의 역사는 쉬지 않고 시간과 장소 안에서 움직이며 인위적인 창조물들을 만들어내지만 ‘전통의 미’ 속에 있는 내추럴리즘이 주는 은은하고 미묘한 감성과 내유외강의 정신을 내포한 김창열, 박서보, 윤형근, 이강소, 이우환, 정창섭과 같은 작가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시에 중심이 된 이유였다. 또한, Lewis Biggs(Tate Gallery Liverpool Curator)는 전시용 도록 서문에 “6명의 작가 모두 모노크롬 monochrome 작업을 하며, 모노크롬 운동은 한국 미술사에서 ‘natural’ development로도 알려져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Herbert Read의 말처럼 모든 현대미술 세대의 미술가들은 그들만의 Malevich의 화이트 페인팅으로 시작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만큼 모노크롬은 현대미술의 기본바탕이며 깨끗이 비워져 있던 공간으로부터의 채워짐, 특히 비워졌던 부분에 대한 미학적 수긍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순한 색깔의 조합으로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작가의 중재하는 안과 밖의 조화로움, 특정하면서 일반적인: 한국 고유의 전통성과 함께 내면 깊이 내재한 자유로움에 대한 열망을 동시에 담고 있는 것이다. 이 6명의 작가 작품에는 작가와 작품 간의 거리감이 없다. 아티스트(subject) 그리고 작품(object), 작가가 작품이며 작품이 작가이다. 그들은 같은 철학적 공간을 나눠 갖고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라는 글로서 기획에 대한 취지를 밝히며, 한국작가 6명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였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후반부터 추상주위 미술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특히 1970년대에는 모노크롬 회화가 크게 유행하였는데 서양에서처럼 다색화에 대한 반대개념의 수용이 아니라 물질을 정신세계로 유입, 승화시켜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즉, 내면적 내추럴리즘의 재탄생을 강조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회는 단색화의 주체적인 작가 정신을 부각하고 작품에 담긴 여백이 시대적 배경과 맞닿아 WORKING WITH NATURE 전시가 20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우리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역사적 교훈과 미술사적 의미를 동시에 보여주는 뜻깊은 전시가 될 것이다. 비워진 페인팅은 없다. 비워져 있다는 자각만이 존재할 뿐이다.

 

1992년 이래 2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은 이 작가들이 현대미술사에 남긴 미술사적 발자취와 함께 그들이 기여한 역사적 가치를 더해 던 단단하고 견고하게 그들의 작품세계를 이끌어 냈다. 또한, 한국의 정서를 담은 단색화 작품으로 한국미술의 세계화에 이바지하여 국내외 한국미술계의 모노크롬을 이끌어 가고 있으며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한국 단색화展”에서 발표한 모노크롬이라는 영어명이 아닌 한국의 단색화라는 브랜드 창출 기획의도에 이번 《여백,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다 展》도 그 의미를 함께 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