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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scape

May 9 - 31, 2008

박여숙화랑은 5월 권부문 개인전 'Northscape'展을 개최한다.

그가 만나 작업한 자연은 인간이 알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북풍경”이라는 주제로 태고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북극의 빙하 계곡, 유빙들이 표류한 해변, 눈을 의심하게 하는 색과  빛을 보여주는 거대한 빙하의 단면들을 대형 이미지로 보여준다. 특히 구름시리즈와 별 시리즈와 같이 기존에 다루어진 소재가 아닌, 그린랜드의 연작은 주목할 만한다. 이번 작업에 나타난 시간은 더 이상 우리의 일상을 재는 스케일이 아니다. 차갑고 눈부신 명료함에서 대상에 몰두하여 바라본 시간과 행위의 흔적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외적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 그의 무표정한 이미지에서는 강한 시각적 지배력이 표출된다. 권부문의 사진에서는 이렇듯 개인적 관점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의지가 읽힌다. 빤한 메세지를 주고 받는 사회 생활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하는 그는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한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그 호기심이 자신의 작업을 넘어서,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묻어나기를 원한다. 그는 스스로 열린 사고를 지향하는 만큼 관객에게도 열린 해석의 자리를 마련해 준다.

 

1955년 대구생인 권부문은 1975년 이래 서울, 대구, 동경, 파리에서 18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권부문은 1970년대 경직화된 사진형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기존의 관습화된 틀에서 벗어나려 한 사진가이다. 권부문은 1975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일련의 흑백사진을 선보이면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포토 포엠'이라는 전시 제목이 말해주듯이 어떤 메세지를 서술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의 이미지들이 아닌, 모든 것이 함축되어 하나의 물음표처럼 던져진 이미지들이었다. 이후 그의 작업은 안동 수몰지구와 하회마을을 카메라에 담는 과정을 통해 특정 장소와의 만남에 대한 입장을 지니기 시작한다. 이러한 초기 작업을 통해 풍경은 그의 존재 방식이 드러나는 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작가에 의하면 이같은 태도는 사진 자체가 가진 기술적 특성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촬영자 이외에 여러 주변적 요소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권부문 사진의 진실은 사진 안이 아니라 밖에 존재하며 말이나 메시지가 없다. 전시에 소개되는 아이슬란드, 구름 사진들 자연풍경은 작가의 이같은 태도를 반영한다.어떠한 조작도 없이 촬영된 사진은 하늘과 우주, 바다의 단편을 찍은 것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그것이 하늘인지 구름인지 쉽게 분간을 못한다. 그냥 파랗고 하얀 이미지로 다가올 뿐이지만 그것이 하늘이고 구름이라는 확신이 드는 찰나에 기존의 사고와 불일치가 일어난다. 권부문은 작가 자신의 의도를 가능한 한 배제 시키기 위해 자신을 "이미지의 노동자"라고 부른다. 이미지 자체의 자생력을 중시하며, 이미지가 요구하는 대로 그것에 따라갈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방적인 주입과 강요를 배제하고자 서로 의미 생산을 나눌 수 있는 말랑말랑한 상태로 자신의 사진이 존재하기를 꿈꾼다.

 

권부문은 대상에 몰두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거의 자동적으로 사진기를 다룬다. 그러므로 그의 풍경에서는 기호나 특정 대상이 인식되는 대신 하나의 "현상"이 보인다. 작가는 "풍경은 실체가 없는 것이어서 소유될 수가 없다"고 한다.

권부문이 인간을 비롯하여 집, 경작지, 길 등 인간의 존재를 암시하는 요소들을 찍지 않는 것은 "순수한 원시 자연"을 특별히 좋아해서가 아니라 소유 개념의 거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풍경은 바람 속의 구름 같은 것으로 나의 마음 상태와 해석력에 따라서 나타나기도 하고 무심히 지나쳐 버릴 수도 있다." 인간과 그가 바라 보는 세상이나 이미지 간에 발생하는 교류란 유동적이며 변동하는 것이다.

 

캬트린 그루

(풍경미학자, 전시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