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Lee-nam 展

Mar 18 - 31, 2008

박여숙화랑은 3월  이이남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이남이 영상 작업을 시작한지 10년째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영상 작업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경이며, 최근 여러 국제 아트 페어에서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갑자기 화제의 중심에 성큼 다가섰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국 워싱톤에서 스미소니언 미술관 개관 초대전, 독일에서 미디어 아트로 유명한 ZKM에서 전시 등 활발한 해외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초기의 작품은 주로 한국이나 동양의 고전을 차용한 것이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 범주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적이 폭넓은 것으로 확대되었다. 폴록이 등장하는가 하면 앤디 워홀의 <마를린 몬로>가 등장하는 등 고전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작가들 작품도 대담하게 차용되고 있다.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자유자재로 선택되고 변주된다. 그만큼 그의 레파토리가 풍부해졌음을 시사한다.

그의 작품은 영상을 조작하는 첨단과학과 고전의 만남이란 화두에서 시작한다. 액자틀이나 병풍으로 위장된 LCD모니터 속에서 일어나는 영상 작업이란 점에서 비디오 모니터 속에서 진행되는 비디오 아트의 형식과 닮은 점이 많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지닌 특징이라면 고대의 명화, 현대의 걸작이 차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완료되어진 작품에 또 하나의 생명을 가함으로써 고전이나 현대의 걸작을 재해석하고 있다는 변주의 미학에서 그의 창작의 요체를 발견할 수 있다.

그가 선택하고 있는 고전이나 현대의 작품이란 이미 완성되어진 것들이다. 과거의 것이고 그러기에 시간이란 아우라를 통한 역사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역사적 유물로서의 존재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그의 작업은 유물로서의 존재를 상황으로서의 존재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다. 갑자기 새가 날아들고 나비가 너울너울 날아간다. 대 잎에 눈이 내리고 바람에 나부낀다.

 

이이남의 작품세계

모네의 <해돋이 인상>은 인상주의를 연 작품이다. 아브르항의 밝아오는 아침의 기운을 걷잡은 것인데 거기 노저어가는 거룻배가 움직여감으로써 비로소 아침은 밝아오는 느낌을 준다. 그러니까 모네가 그린 <해돋이 인상>은 어느 한 순간의 포착이지만 이이남이 여기에 가한 변주는 순간순간의 연속으로서 더욱 분명한 아침의 항구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모네가 같은 장소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의 반응에 골몰한 것에 비하면 이이남은 공간 속에 시간을 풀어놓는 작업을 시도한다. 그의 근작 가운데는 이처럼 시간의 변화를 섬세하게 기록한 작품들이 여러 점 있다. 모네의 <볏가리>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는 낮에서부터 저녁과 밤으로 가는 시간의 흐름을 포착해주고 있다. 시간이 가면서 인왕산 기슭은 점차 어둠의 기운이 깔리고 어느 듯 산 속의 집에서는 환한 불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그 아늑함이란 본래의 인왕제색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하나의 창작이다.

이이남의 작품은 고전과 현대의 만남이란 독특한 상황 속에서 비로소 빛을 발한다. 고전과 현대문명, 정지와 움직임, 공간과 시간, 평면과 입체, 완성과 상황, 존재와 인식 등 대립적인 차원 속에서 긴장을 획득해가고 있다. 백남준 이후의 또 하나의 영상의 혁명을 조용히 추진해가고 있는 그의 작업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