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달재 

Mar 2 - 20, 2006

의재 허백련 선생의 장손자이면서, 사사(師事)한 제자인 허달재는 남도 최고의 예맥으로 꼽히는 허씨 가문의 명맥을 잇고 있는 작가이다. 화업(畵業)에 있어서 허씨 가문의 1 대라고 할 수 있는 소치(小癡) 허련(許鍊)은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의 가르침을 받아 남종 문인화의 대가로서 일가를 이루었다. 이후 허씨 가문은 남농(南農) 허건(許楗),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사에 빛나는 족적을 남긴 남종 문인화의 보고로써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작가는 인품을 갖고 그린다’ ‘그림은 글을 쓰듯 하는 것이다.’ 라는 의재의 가르침은 그에게 사물의 형태보다 내용과 정신의 표현, 즉 사의(寫意)를 중시하는 남종화 특유의 예술적 정신성을 심어주었다. 

 

직헌 허달재는 사생에 의한 대상의 표현과 사의적 정신성에 근거해 남종 문인화를 현재적 시점에서 계승하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허달재의 작업은 필력에 의한 문자의 변형과 선적인 미의 표현으로 크게 구분하여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곧 문인화 및 수묵화의 현대적 변형을 통한 새로운 작업세계의 추구다. 그렇기 때문에 화면의 필선들은 매우 경쾌하고, 리드미컬하면서도 여백의 미를 잃지 않는다. 아울러 작가는 이와 같은 일련의 형식실험과 함께 90년대 중반 이후 ‘성외성(聲外聲)’, 곧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소리라는 주제로 작업을 지속해 왔다. 

 

창의적 계승의 참의미는 과거의 작품 또는 특정 기법을 있는 그대로 따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선조들의 철학적 관점과 정신을 따른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허달재 작업의 매력은 문인화의 정신성과 인식적 관점을 익히고,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작가가 속하고 있는 동시대에 대한 현재적 시점을 잃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번 전시에서 허달재는 사군자, 화훼, 달항아리 등을 주요 화재로 삼고 세련된 필치에 근거해 문자의 변형과 조합을 시도하는 30여점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