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18, 2013 - Jan 8, 2014

Beyond Expectation

Lee Seung-Hee

박여숙화랑은 정통 도자 기법을 사용한 평면 회화 도자 작품을 창조하여 도자 부문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작가 이승희 개인전 ‘Beyond Expectation - 예상을 뛰어 넘은 예상’ 전을 12월 18일부터 1월 8일까지 전시한다. 

 

자기만의 세계를 확고히 구축하여 ‘다름’을 실천하는 작가 이승희는 이번 전시를 통해 박물관에 갇혀 있던, 수백 년 전 제작된 도자기를 우리들의 눈앞에 ‘가장 현대적인 옛 것’으로 새로이 펼쳐낸다. 입체적인 도자기들이 2D형태의 도자 회화로 재탄생 하면서 고전과 현대의 간극은 사라지고 가장 현대성을 지닌 도자 작품으로 자리매김한다. 묽은 흙물이 마르고 칠해지기를 반복하여 수 많은 겹이 만들어낸 부조 형태를 통해 예상하지 못한 작품의 치밀한 완성도를 감지하게 된다. 작가 이승희는 30여 년이 넘는 도자 작가 생활 속에서 흙덩이를 매치고 주무르며 덩어리 작업도 했고 평평하게 펼치는 판 작업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담을 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대중과의 소통 ‘언어’가 없다는 점에 한계에 부딪히며 미래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구하게 했다. 구도자처럼 해답을 얻기 위해중국최고(最古)의 도자기 도시인 장시성(江西省)의 징더전(景德鎭)에 무조건 들어서서 작가가 구한 것은 흙, 불, 물, 빛, 공기, 바람 그리고 사람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이다. 터럭보다 미세한 정도를 표현할 수 있는 흙이 그곳에 있었다. 한국의 흙은 흙 자체의 문제로 휨이 드러나 미세한 돌출이 감지되는 작품에서 휘어짐이 극대화되므로 완벽한 느낌을 잡아낼 수가 없었다. 5밀리미터 두께에, 최대 2미터 길이나 되는 판 작업을 구워낼 가마와 화력도 부족함을 더했었다. 흙, 불, 물이 갖추어진 천혜의 도자 생산지인 징더전에서의 생활은 무모하리 만치 자신만을 믿고 떠난 작가에게 창조의 길을 차츰 열어주었다.

 

작가는 박제처럼 박물관에 갇혀 있는 옛 도자기들을 이 시대, 이 시점으로 끌어냈다. 옛 것이 소재가 되나 가장 현대적인 표현 방식으로,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입체로 보이되 평면으로 소화하는 기법을 구했다. 입체를 평면으로 변형시키는 것은 전개도처럼 펼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미세한 면과 선이 관건인 그의 작품은 재료인 흙이 작품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속에 매 순간의 면면(面面)과 작가와의 일체를 통해야만 제작될 수 있다. 이는 실험과 체험을 통해서 얻은 수학 공식과 같은 모든 데이터가 체득되어야만 그의 작품 제작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 실험에 꼬박 3년을 바쳤다. 평면적 두께감은 너무 돌출되어 완전한 부조가 되는 것도 아니고 회화성을 충분히 담을 정도로 묽은 흙물을 바르고 마르고 또 바르기를 70여 회를 반복해야 드러난다. 또한 옛 유물의 곡선과 곡면이 주는 입체감은 티끌의 높이보다 낮은 두께로 긁어내고 성형(成形)을 해야 세밀한 차이를 두고 감지된다. 미세한 바람의 흐름과 빛의 반사가 사진도 회화도 조각도 아닌 작가의 평면 도자 작품을 완성시킨다. 그가 이렇게 고전 유물을 세상에 끌어내 재탄생 시킨 것은 비단 형태적 기법에만 초점을 맞추고자 함이 아니다. 시공(時空)을 압축시켜 과거가 현대로 편입하며 철저히 현대성이 부각된 작품으로 탈바꿈하여 재탄생 했음을 주시해야 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대, 작가와 대중 간의 소통을 원한다. 이는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그 무엇을 뜻하지는 않는다. 대중과의 소통은 단순한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특히 주제, 물성, 기법, 색 등에 대한 질문은 작가와 소통하고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시작점이 된다. 이러한 이해도를 넘어 그의 작품을 응시하면 그 속에 스민 깊은 감정이 전해온다. 맑은 흙물이 겹겹이 쌓여지는 동안, 티끌 높이의 결을 조심스럽게 긁어내는 동안, 선과 면을 고르는 동안, 구워진 후발현할 색상을 예상하며 그림을 그리는 동안 들어간 노고의 깊이만큼이다. 노동력의 정도가 반드시 좋은 작품임을 증거하는 것은 아니나 작가의 올곧은 열과 성이 작품을 통해 전달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굽기 전과 굽고 난 후의 도자기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부피는 확연히 줄고 안료의 색상이 달리 나타나고 흙의 색상이 차이가 난다. 치밀한 예측과 예상에 의해 완성된 결과물을 전적으로 상상하면서 제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 쏟아 넣은 기운을 감지하면서 작가와 작품과의 진정한 소통이 일어난다. 그의 작품은 상대성의 결합이다. 흙의 진솔한 느낌이 까칠하게 그대로 전달되는 부분과 유약으로 매끄럽게 빛나는 부분, 빛의 흡수와 반사, 차가움과 따뜻함, 무색과 유색, 평면과 입체의 모든 대비는 시각과 촉각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들어온다. 이는 작가의 의도적 예상에서 비롯된다. 직접 작품을 만져 보지 않아도 시각적 경험치에 견주어 느껴지는 촉감이 작용한다. 감각의 대비가 주는 묘미는 그의 작품의 진정한 맛을 곱씹게 하는 비언어적 소통을 가능케 한다.

 

역사 속의 옛 화가와 현대 화가, 완벽한 대칭 입체 구조를 물레로 제작하는 전형적인 도예가와 평면에서 입체 효과를 구현하는 specific한 도예가의 관계 속에서 작가는 통시적, 공시적 개념들을 선택적으로 작품에 투영하며 역사와 입체가 평면으로 녹아 들어 새로운 형태로 창출되는 도예의 새 지평을 개척했다. 치밀하게 계산된, 기계적 수치로는 감지할 수 없는, 오로지 사람의 시각과 촉각에 의해서만 형성되고 느껴지는 그의 작품 속에는 예상하지 못하는 예상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