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thata

Choi Jeong Hwa

Nov 11 - Dec 12, 2014

박여숙화랑에서 2018년도 첫 전시로 ‘첫 번째 박여숙 간섭전: 이경노 은입사’을 선보인다. 2년 간의 준비과정을 거친 이번 전시는 은입사장 이경노의 기술과 박여숙의 아이디어 및 안목을 결합시켜, 다양한 디자인의 은입사 작품을 20여 가지 새롭게 제작해 선보인다.

 

첫 번째 간섭전은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공예기법인 은입사 양식을 현대화한 전시이다. 주로 선비들의 사랑방에서 볼 수 있는 담배합이나 화로, 경대 등에 사용된 은입사 기법을 현대적인 용도에 맞게 재해석 했으며, 백동을 찬합, 연적, 합 등의 형태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은입사는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 미감을 지니고 있다는 매력이 있다. 은 선으로 시문작업을 하기 때문에 대상을 추상적으로도 표현할 수 있고, 현대적인 미감과도 잘 어우러진다. 전통 은입사는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제작기간이 길다. 때문에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옻칠을 가미해 보기도 했다.

 

박여숙은 초등학생 때부터 한국적 미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수학여행을 간 경주 안압지 기념품 가게에서 신라 와당을 산 것이 그녀의 첫 컬렉션이었다. 홍익대 목칠공예과 시절에는 명성이 높은 골동품 수집가 교수님들 밑에서 수학하며 민예품의 아름다움을 배웠다. 언론인 출신으로 우리 민예품 수집가였던 예용해(1929~1995) 선생의 민속 공예론 강의와 안휘준 교수님의 한국미술사를 특히 관심있게 수강했다. 또, 조선의 목가구와 도자기가 어우러진 이경성 관장님 자택, 민예품을 완상하시는 이대원 교수님의 자택과 농원의 초막의 삶을 보고는 품격이 다른 삶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졸업 후 ‘공간’지의 기자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안목을 가진 컬렉터들을 만나고, 우리의 것을 사랑하는 건축가 김수근 선생, 김종학, 권옥연, 변종하, 한창기, 장욱진 등의 명사와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민예품 수집을 시작했다. 또, 원고를 받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최순우 관장님을 방문했을 때, 조선시대 목가구로 꾸며진 관장실을 보고,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뒤, 그녀는 한국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 널리 알리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줄곧 품고 살아왔다.

 

한국적 미감에 대한 의식을 다시 일깨워 준 것은 2015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뮤지엄에서 열린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5’이었다. 한국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이 목적인 이 전시의 예술 감독을 맡아 작가들을 섭외하고, 기획·진행하면서 한국적 미감을 살리는 일이 정말 시급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수·덤덤·은은’을 전시주제로 잡고, 전통 기술을 전승한 장인과 작가들의 작품을 현대적 미감과 접목시켜, 조선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구현해 세계적인 디자인 행사인 디자인위크에 선보였다. 이때부터 시작된 박여숙과 이경노 장인의 콜라보레이션이 발전되어, 2017년에는 일본에서 진행된 “국제 호쿠리쿠 공예정상회담: 세계의 공예 100”전에 한국의 대표작가로 초대되기도 했다.

많은 공예 작가들과 장인들을 만난 박여숙은, 안타깝게도 공예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 분들과 전통 기법을 이어가고 있지만 삶이 곤궁해 제대로 뜻을 펴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공예를 되살리고, 계승시키고 발전시키는 일에 미력이나마 보태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왕이면 좀 적극적으로 간섭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아름다우면서도 유용한 공예품을 실생활에서 바라보고 사용하면서 삶을 아름답게 만들었으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많은 것들을 오래되었다고 소홀이 여겨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박여숙은 이대로 가면 아름다운 우리 것이 사라질 것 같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조선의 미감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현대화 시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고 생각해 이번 전시를 2년에 걸쳐 준비·기획하게 되었다.

이경노 장인은 왜곡되지 않은 우리의 고유한 전통기술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금속으로 기물을 직접 만들고, 은입사 작업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인이다. 특히 국가에서 공인한 문화재 수리기능자이며, 조선의 미감을 순수하게 지키고 있는 분이다. 오류동의 조그마한 작업실에서 힘들게 작업하는 작가가 여유 있는 공간에서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박여숙이 간섭전을 열게 된 또 다른 이유이다.

박여숙의 간섭전은 은입사전을 시작으로, 도자기, 유기, 옻칠공예, 지공예 등 조선시대의 미감을 지닌 공예품으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