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ounter: the story begins with

Shin Meekyoung, Kwon Daehun, Bae Chanhyo

Dec 11, 2015 - Jan 22, 2016

박여숙 화랑은 한국에서 미술교육을 받고 영국 런던으로 유학한 후 런던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3인 신미경, 권대훈, 배찬효 작가의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등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세 작가 모두 유학이라는 과정으로 인해 새로운 환경과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가졌던 각각의 개인적 경험들을 바탕으로 시작된 작업에서 비롯된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다른 문화권에서의 삶의 선택은 모든 낯선 것들과의 충돌과 그로 인한 새로움에 대한 적응력을 스스로 키워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은 남다른 관찰력과 탐구를 요하는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전시 제목 ‘Encounter’는 우리말로 예상치 않은 어떤 사람과 사물과의 만남”으로 해석되는데,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품들은 낯선 경험을 통한 예상하지 않은 새로운 사람과 상황에 직면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작업의 원천으로 삼고 있는 작품들에 주목하였다. 작품의 결과물은 사진, 조각, 설치, 페인팅 등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작가들 각자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으나, 그 시작은 모두 새로운 환경을 접하므로서 느꼈던, 개인적인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사회적, 역사적으로 당연시 여겨져 온 권력관계 등에 대한  각자의 해석이 담긴 작품들로 이번 전시를 통하여 작가들의 시작점을 함께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작가들이 각각 직면했던 낯선 경험에서 나온 시각화된 작품들은 때론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온 어떤 제도화된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때론 유머와 위트 가득한 재미 있는 화면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을 것이며, 때로는 서정적 풍경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움 그 자체로 관객과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신미경 작가는 동양과 서양 이라는 공간적인 변화뿐 아니라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문화적 가치와 권위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는데, 역사 속에서 특정한 권위를 지니거나 특정 문화를 상징하는 오브제들-부처나 그리스 여신-을 비누라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재료를 사용하여 재현해 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트랜스레이션, 즉 번역이라 명명하여 꾸준히 지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데, 이 ‘번역’ 작품은 작가가 재현해 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문화적 이해의 차이가 다양하게 번역될 수 있다는 것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완벽한 이해란 불가능한 것들, 그것이 잘못된 이해로 연결되든, 혹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흥미로 다가오든, 그 모든 차이들이 벌어지는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옛 중국과 조선의 역사적 의미 있는 유물이나 도자기를 본 따 비누라는 새로운 재료로 정교하게 제작된 도자기 시리즈와 도자기의 형상은 갖추었으나, 실제 문양을 배제한 고스트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작품들인데, 이는 문화적 또는 역사적인 선입견을 제거하고자 작은 일상 오브제인 비누를 통해 그 변화와 해석을 잘 전달해 내고 있다.

 

배찬효 작가는 영국에서 유학하면서 동양인으로서 느낀 문화적인 차이들, 특히 소외감과 정체성의 혼란을 작가 스스로 직접 연출하여 촬영하는 방식으로서 사진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역사서나 미술사 속의 초상화 또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속 여주인공으로 출연하여 스스로를 중심인물로 분장한 남성 작가인 본인의 모습은 그 어색한 부조화 때문에 그 동안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온 서구 시각문화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동양인이 서양인으로, 남성이 여성으로, 또한 현대인이 과거인으로 실제에서는 성립 될 수 없는 관계를 전환하는 연출은 서양 역사를 표상하는 당연시 되어 온 이미지에 대한 해석을 파괴한다. 서양문화의 장벽에 직면했던 동양남자 배찬효는 기꺼이 스스로 현실의 초상이 되어 관람자와 마주하여 의도적으로 연출된 구성 요소들은 한 화면 안에서 효과적인 시각 장치로 자리 한다.

 

권대훈 작가는 조각가로서 공간적 변화보다는 시간적 변화에 더욱 주목한다. 사회적, 문화적 차이와 변화를 가져온 어떤 순간 ‘찰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찰나’란 불교에서 최소단위의 시간을 나타내는 말로 1찰나는 75분의 1초를 뜻한다고한다. 한 순간 벌어지는 예상치 않은 일들은 이런 짧은 순간, 본인도 기억하기 어려운 사이에 연속적으로 일어남으로써 일정시간이 흐른 후 스스로 자각하게 됨을 시각적 언어로 보여주는 작품이 찰나 시리즈의 회화적 조각 작품이다. 작가는 본인이 가졌던 낯선 환경에서의 경험처럼 주변 오브제들의 특성과 그 특성의 조합으로 인해 발생하여 보여지는 낯선 속성과 비상식적인 특성을 통하여 작가의 경험 속에 지워지지 않는 한 순간의 이미지와 가장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여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미경 (b. 1967) 서울대학 조소과 및 동대학원 졸업, 런던대 슬레이드 미술대학원을 나와 서울과 런던을 오가며 전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04년,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Translation (트랜스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몽인아트센터, 서울대학교 미술관, 런던 헌치오브베니슨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10-2012년 런던 사치갤러리의 코리안 아이 전시에 참여하였고, 2015년 프루덴셜 아이 수상자로 선정되어 싱가폴의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에서 전시가 진행되었다. 2012년 공공 프로젝트로서 Written in Soap 좌대 프로젝트를 런던의 케빈디쉬 광장, 대만 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였으며,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 초대되었고, 2014년 브리스톨 뮤지엄, 영국 벨톤하우스 그리고 영국 내셔널 크라프트 뮤지엄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권대훈 (b. 1971) 서울대학 조소과 및 동대학원 졸업, 런던대 슬레이드 미술대학원을 나와 현재 서울대학교 조소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한가람 미술관 U.S.B 전시 및 런던 한국문화원에서의 그룹전 등 다수의 공공 미술관 전시에 참여하였으며, 특히 2011년 런던 로얄 아카데미 썸머쇼에서 최고의 조각가 1명에게 주어지는 잭 골드힐 조각상 (Jack Goldhill award for Sculpture)을 한국작가 최초로 수상하였다. 로얄 아카데미 썸머쇼는 1789년부터 매년 여름에 이뤄지는 전시로서,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애뉴얼 전시이며 또한 미술계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방문객이 가장 많은 전시로서 그 위상을 가지고 있다. 이전 잭 골드힐 조각상 수상자로는 안토니 카로 (Anthony Caro), 리차드 롱(Richard Long)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포함되어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다.

 

배찬효 (b. 1975) 경성대학교 사진과를 졸업하고 런던대 슬레이드 대학원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하였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0-2012년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진행된 코리안 아이 전시, 2012년 삼성 뮤지엄 리움의 아트 스펙트럼 전시 및 쿤스트할레 비엔나 뮤지엄, 산타바바라 뮤지엄 전시를 비롯한 국제적인 전시에 다수 참가하였고, 2011년 파리의 사진 비엔날레에 초대되기도 하였다.  현재 그의 작품은 리움 (삼성뮤지엄), 고려대학교 미술관, 코롱 아트콜렉션, 국립현대 미술관과 같은 한국의 뮤지엄 컬렉션  뿐 아니라, 휴스턴 파인 아트 뮤지엄, 산타바바라 뮤지엄, 콜로라도 사진 아트센터, 도이치뱅크 아트 컬렉션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