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un-Chung

The 26th Journey - Hands

Mar 13 - 28, 2014

2014년 3월 13일부터 28일까지 박여숙 화랑에서 이헌정 개인전이 열린다. 홍익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조각으로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매체의 혼합적 사용, 설치적 구성과 조합적 형태를 통해 설치미술, 조형 도자와 가구 생활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하고 있다. 이헌정 작가는 2000년 러시아 페름에서 개최된 아트포럼 심사위원장을 역임하고 윤광조 작가와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가로 선정되어 국보 분청사기 6점과 함께 2011년 세계 3대 박물관중에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의 분청사기 특별전’에서 한국 도예가 최초로 전시 하기도 하였다. 이헌정 작가의 작품은 제임스 터렐, 노먼 포스터, 수보다 굽타, 브래드 피트, 퍼프 데디가 소장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그의 작품은 세라믹 오브제 위에 옻칠과 나전을 접목한 최초의 시도로 단일한 하나의 몸체로 구축된 일체적 형태가 아닌 다른 매체, 요소들과의 결합적 구조를 통해 전통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은 그 형태나 색의 수려함 보다는 그 시대를 투영하는 정신을 내포 하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한 미적 가치로 평가된다. 그 시대를 살아갔던 도공이 동시대의 풍류를 달항아리에 담은 것처럼 이헌정은 또 다른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달항아리가 가지고 있는 정신을 작가만의 방법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완벽을 뛰어넘은 자연스러운 형태의 도자기 위에 전통적 질료인 옻을 칠하고 그 위에 나전을 박아 완성된 그의 작품은 기교와 형식을 배제한 세련된 현대적 아방가르드의 감수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의 작업과 제작 태도는 철저하게 도예적 프로세스에 기초한다. 그가 다루는 매체인 흙과 불은 우주의 본질을 구성하는 아르케(arche)적 속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매체의 속성은 그의 작업태도와 작품의 내용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가 된다. 그의 작업은 계산된 조형적 의도에서 출발하지만 작업의 속성상 우연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연에 작품을 내던지는 태도와 달리 그는 의도와 우연의 적정점에서 이루어지는 균형과 균제를 추구한다. 이 적정점에 대한 인식은 흙을 반죽하고 소성하고 밤을 새워 가마에 불을 지피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인생여정의 축소판으로 자신과 우주와 세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흥미롭게도 그는 오히려 유학생활 동안 우리 도예의 전통적인 제작 과정 속에 역사를 통해 체득한 예술의 본질이 담겨 있음을 깨닫고, 지금까지 흙을 채토하고 밟는 일부터 그릇을 만들고 말려서 가마에 굽는 일까지 전 공정을 혼자서 정성스럽게 해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도자기는 전통적 제작 과정을 따르되 기능성과 정통성보다는 우연성과 대중성에 무게중심을 옮긴 전통도예의 현대적 해석이다. 오랜 시간과 많은 양의 노동을 필요로 하는 도예작업의 길고 고된 여정은 그에게 명상과 참선을 체험케 하고, 더불어 기대하지 못한 결과물들을 선사한다. 도예의 우연적 효과를 즐긴다는 그는 “내 손과 노동은 다른 창조자의 피조물이 탄생하는 것을 돕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저 물레와 점토의 흐름에 감각을 맡기고 적당한 불의 색깔에 유약의 용융점을 맞추는 행위들로, 무엇을 뱉어내고 표현하기 보다는 그 모든 과정에 순응하는 수동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도예는 의식에 의한 계획적인 창조작업이 아니라 전적으로 직관에 의존하여 흙에 몸을 맡기는 감각적인 창조작업이기 때문이다. 물성 및 질감의 표현은 흙이라는 매체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한 느낌으로 시간성과 자연미가 드러나도록 하였고, 관념적 사고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형태의 복잡한 구성은 오히려 주제를 산만하게 하거나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가능한 한 간결하고 단순한 형태에 다다르도록 의도하였다. 작품에는 그저 작가의 마음이, 세월이 그리고 종교적 과정의 순수함만을 표현 할 뿐이다. 세계 최대의 도자벽화인 청계천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 제작과 양평 강하미술관의 설치 작업에서 보여지는 차가운 이성과는 다르게 그의 그릇 작품에서는 명상성을 엿볼 수 있다. 저마다 모양, 질감, 색깔, 크기, 용도가 천차만별인 그릇들을 통해 도예는 의식에 의한 계획적인 창조작업이 아니라, 전적으로 직관에 의존하여 감각적인 작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고 “예술의 행위 자체가 목적이자 즐거움이 되어야 하며, 내가 즐길 때 작품을 보는 이도 즐길 수 있다. “고 말하며 회화와 조각을 아우르며 현대적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발산하고 있는 이헌정의 작품은 3월 28일까지 박여숙 화랑에서 전시 된다.